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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간증
코로나19로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대학생인 큰딸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빠를 가장 걱정했다. 남편은 한의사로 맨해튼에 있는 Broadway Hospital의 물리치료과에서 근무하며 매일 30~40명 정도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남편은 매일 Fort Lee에 있는 집에서 맨해튼의 병원까지 2시간 반 정도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서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피해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Untitled-2.jpg 2020년 3월 27일 금요일 

남편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환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남편은 그때부터 집에서 화장실이 딸린 안방을 혼자 사용하며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검사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86세이신 시어머님과 중학생 막내딸이 같이 살고 있어 무척 걱정이 되었다. 대학생인 큰딸은 미시간 앤아버에서 ROTC 훈련 때문에 집에 오지 못했다. 격리 중인 남편은 열도 없고 기침도 안 나고 밥도 잘 먹었다. 카레, 연근, 양파, 찹쌀죽, 마, 샐러리, 토란 호박, 냉이국 등 인터넷을 찾아서 면역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다. 내가 남편 방에 들어갈 때는 비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 선글라스, 장갑을 끼고 들어갔다. 27, 28, 29일은 그렇게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Untitled-2.jpg 2020년 3월 30일 월요일 

지금까지 열이 없었던 남편이 열이 나면서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고 했다. Englewood Hospital에 친한 간호사 언니가 있어서 거기로 가려고 전화를 했더니 응급실에 코로나19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응급실에 오면 오히려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망설이고 있는데 남편이 증세가 심해지니까 직접 응급차를 불렀다. 911 대원들이  남편에게 산소호흡기를 끼우고 들것에 실어서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런데 다음날인 31일 새벽 5시에 응급실에 자리가 부족하다고 열 내리는 약만 주고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폐에 염증이 있다고 항생제 처방만 해주었다. 

Untitled-2.jpg 2020년 4월 2일 목요일 

기침도 많이 안하고 음식도 잘 먹었는데 이날은 찹쌀죽과 토란국을 먹고 열이 나고 토한다고 안방에서 문자가 왔다. 병원 응급실에 전화했더니 환자가 너무 많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 남편은 견뎌보기로 했다. 


Untitled-2.jpg 2020년 4월 3일 금요일 

아침밥을 가지고 환기를 시키러 남편 방에 들어갔는데 남편 얼굴이 시꺼멓고 이상했다. 남편이 죽을 것 같다고 911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했다. 심장을 칼로 자르는 느낌이 계속 든다고 했다. 911을 불러서 잉글우드 응급실로 다시 갔는데 가족은 못 따라오게 했다. 남편이 두 번째 응급실에 실려 갈 때는 남편을 잃을까봐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 가족 모두가 울었다.  

아침 7시에 남편이 응급실로 간 뒤에 남편이 쓰던 방에 있는 모든 것을 알코올로 소독하고 침구류를  전부 삶아서 세탁했다. 그런데 남편이 핸드폰을 놓고 갔다. 잉글우드 병원의 아는 간호사 언니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전화를 했더니 언니뿐 아니라 아는 간호사분들이 전부 코로나19에 감염돼 집에 격리되어 있다고 했다. 언니의 도움으로 다른 간호사를 통해 핸드폰을 남편에게 겨우 전달했다. 

Untitled-2.jpg 2020년 4월 4일 토요일 ~ 4월 7일 화요일 

우리가 사는 곳은 아파트 14층이다. 외출할 때는 우주복 같은 것을 입고 선글라스, 마스크, 장갑을 끼고, 바이러스를  99% 죽인다는 소독약을 들고 다니며 손 닿는 모든 곳에 뿌렸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옷은 물론 신발까지 모두 빨고 소독했다. 매일 모든 것을 소독했다. 감사하게도 남편의 담당 의사는 매일 오후 6시에 전화해서 남편의 상태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남편이 나중에 말했는데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이 산소호흡기가 빠졌는데도 의료진이 너무 바빠서 미처 돌보지를 못해서 자기가 끼워 주었다고 했다. 병원은 전쟁터였고 공포가 굉장히 컸다고 했다. 가족들은 열심히 기도했고, 특히 어머님은 울면서 하루에 5~6시간씩 아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Untitled-2.jpg 2020년 4월 8일 수요

담당 의사가 남편이 열도 내리고 기침도 좋아졌다며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확진자가 퇴원할 때 택시를 탈 수 없어서 가족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 시어머님과 아이 때문에 염려가 되어서 앰뷸런스를 타고 저녁 늦게 집으로 왔다. 남편이 퇴원해서 집에 왔을 때 가족들은 감염될까 봐 모두 방에 있어서 남편 얼굴도 보지 못했다.  

남편이 오기 전에 안방에 약탕기와 도라지, 생강, 우엉차를 달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고, 마실 물, 커피, 간식까지 준비해 두었다. 시어머님께서는 가족들도 조심해야 하니 밥상을 차려서 안방 문밖에다 놓으면 남편이 들고 들어가서 먹게 하자고 하셨다. 딸기, 키위, 연근, 미역국, 도라지 등 폐에 좋다는 음식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세 끼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이 사용한 식기는 모두 삶고 소독했다. 

Untitled-2.jpg 2020년 5월 11일 월요

의사는 퇴원하고 1주일 후부터 가족들과 함께 생활해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피검사를 해서 항체를  확인할 때까지 계속 격리해서 지내겠다고 했다. 5월 11일 드디어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서 남편은 가족들 얼굴을 봤다. 거의 2개월 동안 방에서 혼자 지낸 것이다. 참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다른 가족들은 누구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28년 동안 우리 부부는 둘 다 일하느라 굉장히 바빴다.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이유였지만, 서로를 챙길 여유 없이 각자 바쁘게만 살았다. 이번 일은 정말 악몽 같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남편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나 한없이 미안했고, 회개하며 기도했다. 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하던 경상도 남편은 이번 일을 겪으며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확진자 가족을 향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남편이 환자를 치료하다 어쩔 수 없이 감염되었음에도 확진자 가족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호기심에 걸어오는 안부 전화도 무척 힘들었다. 그냥 기도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기독의료상조회의 상담 전화는 정말 위로가 되었다. 의료비 때문에 문의 전화를 했는데 직원분이  코로나19도 일반 질병과 동일한 기준으로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특히 기독의료상조회에서 함께 기도하겠다는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다.  

아직 코로나19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확진자로 자가 격리 치료를 했던 간호사 언니는 심한 기침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회복하자마자 병원으로 돌아가서 근무하고 있다.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은 이 전쟁의 영웅이다.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남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혼자 격리되어 외롭고 힘들게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겨낸 환자분들도 모두 영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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