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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제약회사 임원으로 있는 고교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호주로 이민 간 친구의 부인이 변비가 너무 심해 한국에 나와 대장검사를 받길 원하는데, 신경을 써달라는 얘기였다. 며칠 뒤 진료를 받으러 온 그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변비가 너무 심했다. 약을 먹지 않고는 보름이 넘어도 변을 보기는커녕 소식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배가 늘 더부룩하고, 만사가 귀찮다는 것이다. 혹시나 대장에 큰 병이라도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해보니 용종이 두 개 발견된 것 말고는 다행히도 특별한 병은 없었다. 검사 후 안심을 시켜드렸는데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차라리 큰 병이라도 발견돼서 수술을 받아 변비가 좋아지면 더 좋겠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대장기능이 지나치게 저하가 되어서 변비가 생기는 경우에는 대장을 절제하면 증상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설명을 흘리듯 해주었다. 이 수술을 하기 전에 반드시 대장기능검사를 해야 한다고도 말해주었다. 얘기를 들은 이 부인은 반색하며 변비만 고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며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대장기능검사는 캡슐약을 먹고 3일째와 5일째 복부의 단순촬영을 하는 간단한 검사이다. 캡슐약 속에 들어 있는 표지자들은 촬영을 하면 하얗게 보이는데, 이것들이 대장 속에서 이동하는 것으로 대장기능을 측정하게 된다. 검사를 해보니 예상대로 대장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어서 변을 항문 쪽으로 이동시키지 못하는 상태였다. 일단 호주 집에 갔다가 다시 와서 수술을 받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신 후, 한동안 소식이 없길래 잊어버리고 있던 때였다. 다시 제약회사에 다니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대장을 절제하면 정말로 변비가 좋아지는지 친구 부인한테서 문의 전화가 왔다고 했다. 내 판단으로는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더니, 몇 주가 지난 후 후배 부인이 병원에 왔다.

막상 수술을 받는다고 하니, 그것도 대장의 80% 정도를 잘라낸다고 하니 겁이 났다고 했다. 호주에서 family doctor 격인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변비를 어떻게 수술로 고치느냐고 오히려 되묻더라는 것이었다. 호주의사가 모르고 있는 수술을 한국의사가 한다고 하니 혼란스러워서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한번 믿어보기로 결심하고 다시 저를 찾아왔다는 사연이었다. 수술은 대장을 80% 정도 잘라내고 소장의 끝부분을 직장 위에 있는 에스결장에 이어주는 수술이다. 세시간 정도에 걸쳐서 무사히 잘 끝났다.

수술 후 이 부인은 꽤나 아플 텐데도 변비를 고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밝은 표정을 보였다. 수술을 한 의사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을 보면 격려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늘 든다. 수술을 하고 4일쯤 되었을 때 저녁 회진을 갔더니 드디어 첫 변을 보았다며 싱글벙글 이었다. “아니, 변 한번 본 게 뭐가 그리 좋으냐?”고 했더니 이렇게 스스로 변을 본 것이 몇 십 년 만이라고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다. 다음날은 5차례 정도 변을 보았고, 이후 약 열흘간 입원을 하는 동안에는 하루 서너 번 정도 변을 보게 되었다. 입원 기간 내내 수술 후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내내 행복해 하셨다.

“아픈 사람들에게는 한국이 정말 천국이에요.” 마지막 통원치료를 받으러 오신 부인은 이 말을 남기고 호주로 되돌아갔다. 자신의 변비를 고친 것에 대한 감사의 말씀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편리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감사의 말씀인 것을 저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정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는 게 저의 확신이다. 저 뿐만 아니라 외국에 사시는 교민들께서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 수준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계신다.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