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 간호사·영양사

저혈당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 (3)

저혈당 치료 대신 정신과 약 치료만 받다가 죽은 게일 (2)

고등학생이 된 게일은 기관지 문제와 기운이 없어 학교를 빠지는 날이 허다했다. 게일의 의사들은 기관지염과 저혈당은 관련이 없으며 비타민은 게일에게 중요하지 않다며 게일의 엄마가 하는 말을 무시했다. 게일은 대학에 들어갔으나 기관지 문제와 기운이 너무 없어 대학 공부를 감당해내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할 지경까지 되었다. 게일을 의사에게 데리고 가서 저혈당 이야기를 꺼내자, 의사는 게일을 쳐다보면서 어깨를 으쓱하고 윙크를 할 뿐 게일 엄마의 말을 심각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의사는 “딸에게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하더니 불면증에 먹으라고 진정제와 수면제를 처방해주었다. 이때부터 게일은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의사가 치료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다. 게일의 엄마는 게일의 저혈당병을 고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의사들은 모두 게일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어떤 의사에게 경구 당부하 검사를 억지로 부탁하여 혈당검사를 해본 결과 저혈당 수치가 나왔는데도 정상이라고 했다. 그 당시 분명히 게일의 식후 2시간 혈당이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게일의 엄마는 게일의 혈당수치 중 가장 낮은 수치가 60대로 떨어졌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게일은 아주 아름다웠고 겉으로 보기에 환자 같은 모습이 전혀 없었기에 누구도 게일에게 병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게일은 배우로 뽑혀 활동을 시작했으나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이틀만에 그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못 이겨 그만두었다. 저혈당이 심한 사람은 심한 스트레스를 못 참고 힘에 겨워 포기하기를 잘 한다.

그러다 결혼을 했는데 게일은 아내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잠을 거의 자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금방 이혼했다. 이때 게일은 25살이었다. 여러 명의 의사를 거친 게일은 아직도 진짜 문제인 저혈당은 찾아내지 못한 채 의사들이 쉽게 처방해준 진정제, 수면제를 마구 복용하면서 지냈다. 의사들은 게일이 무엇을 먹고 마시면서 사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모든 일에 실패한 게일은 엄마와 사이가 점점 나빠졌다. 게일의 엄마는 게일을 당분간 혼자 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박여행 회사에 취직을 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선박여행을 통해 세계 최초의 여자 선박여행선 매니저가 되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연속극을 쓰게 되었으며, 선박여행 중 저혈당에 대한 강의도 했다. ‘사랑의 유람선’은 선박여행 중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주 재미있는 연속극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재방송을 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고 한다.

엄마가 2주간의 선박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게일은 더욱 엉망으로 먹고 있었고 음식에 대해 더욱 반항했다. 게일의 엄마는 “나도 저혈당이 있고 40대 중반이 넘었어도 단것 안 먹고 흰 밀가루를 안 먹으니 이렇게 활기차게 산다”라고 말해도 게일은 믿어주지 않았다.

한번은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게일이 화장실에서 혼수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윗니가 모두 부러지고 턱뼈까지 부러져 있었다. 진정제를 많이 먹은 것과 저혈당이 겹쳐 쓰러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세 명의 구강 의사에게 전화한 후 찾아갔으나, 정신없이 쓰러질 듯한 게일의 모습을 보더니 세 의사 모두 수술을 못 해주겠다며 거절했다. 급하게 다른 병원 두 곳의 응급실에 데려갔으나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게일을 거절하면서 정신병원부터 가보라고 했다. 아무도 딸을 받아주지 않자 게일의 엄마는 급한 마음에 딸을 정신병원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할 것을 알면 게일이 야단할 것 같아서 게일을 차에 두고 들어가 입원수속을 하고 나오자 게일이 없어져버렸다. 한 시간 후 숲속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 직원들이 게일을 강제로 밧줄로 묶어 정신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을 시켰다.

게일의 엄마는 정신병원 직원들에게 게일에게 정신과 약을 주지 말고 치료해달라고 애걸했다. 3개월 동안 정신과 약 없이 치료받자 몸이 많이 회복되고 그 동안 중독되었던 진정제와 수면제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운이 없는 것은 그대로였다. 저혈당은 아직 치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일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엄마가 선박여행 일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게일의 정신적인 변덕(mood swing)은 더욱 심해져 직장까지 다닐 수가 없었다. 게일은 저혈당 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만 먹고 있었고, 잠을 못 자서 의사가 처방해주는 진정제와 수면제를 또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선박여행 중 친척으로부터 게일이 침대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어 죽었는지 아니면 저혈당 쇼크로 죽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게일이 27살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것이다.

게일의 엄마는 수년 동안 많은 의사들에게 호소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토록 안타깝게 딸의 저혈당병을 발견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모든 의사들이 거부했고 해로운 정신과 약만 수없이 처방해주었다. 의사들은 게일의 병을 치료하는 데 실패했으며 게일을 죽게 했다고 그녀는 지금도 믿고 있다. 그 의사들은 의과대학에서 배운 것이 다인 줄 알고 있었겠지만 그들이 바로 딸을 죽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게일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보니 저혈당 환자들이 피해야 하는 콜라, 단 빵, 단 케이크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약 선반에는 수면제가 얼마나 많이 있었던지 사람 하나 죽이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 되었다. 게일의 엄마는 왜 미국 정부는 의사들이 이런 약들을 제한 없이 마구 처방할 수 있도록 놔두고, 이런 약 처방을 제한하는 법이 왜 없느냐며 울부짖었다.

게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로스 저혈당 전문의사로 변신 

게일이 죽고 난 후 손더스 여사는 저혈당, 영양학, 생화학, 예방 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선박여행에서 저혈당 강의를 계속했다. 게일은 도와줄 수 없었으나 게일과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자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하루는 대학교(International College of Applied Nutrition)에 저혈당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사는 특별정신학부 학장(Orthomolecular Psychiatry)인 의사 로스였다. 그 당시 로스는 세계에서 저혈당과 생화학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 보니 그가 옛날에 게일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게일을 로스에게 데려갔을 때의 일이다. 게일의 엄마가 저혈당 이야기를 꺼내자 로스는 “게일의 문제는 영양이나 비타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날 게일이 “엄마, 들었지? 제발 지금부터는 내가 무엇을 먹든지 신경 좀 쓰지 마세요”라고 했던 것을 그녀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던 의사가 저혈당 전문의가 되었으니 게일의 엄마는 정말 놀랐다. 이 의사가 진작 이렇게 변했으면 게일의 목숨을 건졌을 텐데 이미 때가 늦은 것을 통탄했다. 로스가 이처럼 변하게 된 계기는 영양으로 정신환자들을 치료하는 친구 의사 덕분이었다. 그는 뉴욕에 있는 그래시 스퀘어 정신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친구인 정신과 의사 콧이 휴가를 가면서 로스에게 환자들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