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 간호사·영양사

저혈당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 (4)

게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로스 저혈당 전문의사로 변신(2)

 
로스는 그 동안 콧이 정신과 환자들에게 건강식과 비타민을 권하면서 정신병을 치료하는 것을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콧이 휴가 간 사이에 콧의 처방대로 비타민과 건강 식이요법을 하지 않은 환자는 금방 상태가 나빠졌다. 그것을 본 로스는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콧과 함께 일하게 되었으며, 이후 로스는 최초의 ‘Orthomolecular Psychiatrist(건강식과 비타민을 공급하면서 정신병을 고치는 정신과 의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로스는 손더스 여사로부터 죽은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정신병과 영양의 관련성을 깨달은 후 게일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게일과 손더스 여사가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후였던 것이다.

로스 의사가 손더스 여사와 같이 1980년에 쓴 저혈당에 관한 책은 미국에서 100만 권이 넘게 출판되었다. 지금 로스는 세상을 떠났고 그가 남기고 간 이야기들이 실린 이 책이 남아 있을 뿐이다.

2003년 손더스 여사는 다른 의사와 함께 개정판을 출판하였다. 그녀는 지금 8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딸을 잃은 아픔에 안타까워하며 저혈당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저혈당 책을 보급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로스와 콧과 같은 정신과 의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혈당인 청년이 정신병으로 오진받아 평생 정신병원에서

손더스 여사는 내게 조지아를 소개해주었다. 조지아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 사는 임상영양사인데, 그녀의 오빠가 17살 때 술을 마시고 떠들다가 이웃에서 경찰서에 신고하는 바람에 유치장에 가게 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그녀의 오빠는 저혈당이 있는데 1961년 정신병으로 오진받아 40년이 넘도록 2004년 11월 당시에도 정신병원에 살고 있다는 긴 이야기를 해주었다.

1943년 조지아와 그녀의 오빠 진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그녀의 엄마는 밤일을 하고 아빠는 낮일을 하니 아빠는 저녁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에 있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아이들에게 콜라, 사탕, 초콜릿을 사주어 단것을 많이 먹고 자랐다.

1974년 조지아는 자신의 저혈당을 발견하고 나서 3년 동안 식이요법을 하여 건강을 되찾았다. 그 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과 같이 단것을 많이 먹고 자란 오빠도 저혈당이 있어 술만 먹으면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오빠는 17살에 이혼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사는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미국은 만 21살이 되어야 술을 마실 수 있으니 17살에 술을 마신 것만으로도 불법이었는데,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자 이웃사람들이 신고하여 유치장에 가게 되었고 법정에도 몇 번이나 갔다.
같은 일로 법정에 자주 오자 판사는 정신병원에서 30일 걸리는 정신감정을 해보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는 오빠의 행동은 사춘기에 보통 있는 행동문제일 뿐 정신병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식으로 두 번 정신감정을 받았고, 두 번 다 결과는 정신병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또 술에 취해 친구와 술 가게에 갔는데 친구가 유리를 깨고 술을 꺼내보라고 놀리니까 술김에 유리를 깨고 작은 술병을 꺼내어 도둑으로 잡혀 다시 법정에 섰다. 오빠는 도둑질을 하기 위해서 술병을 꺼낸 것이 아니라 친구 앞에서 잘난 척하느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오빠가 다시 법정에 나타나자 판사는 매우 화가 났고 다시 정신감정을 받아오라고 했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의사가 진단했는데 이번에 나온 진단 결과는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라고 했다. 그때까지 세 번 받은 정신감정은 1년 안에 일어난 일인데 세 번째에서 결국 도둑이라는 죄명을 쓰고 정신병자라는 의사의 진단이 나오면서 그의 기나긴 정신병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1961년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내려지자 판사는 오빠를 죄수들의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정신과 약을 먹도록 판결을 내렸다. 오빠는 7년 동안 죄수 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형기를 마쳤는데, 판사는 오빠가 정신병이 있어 사회에서 혼자 살 수 없다며 오빠를 위스콘신 주의 소유인이 되게 한 후 지금 있는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미국에서는 정신문제로 자신이나 남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그가 사는 주의 소유인이 되며, 판사의 허락 없이 자기 집에 마음대로 가서 살 수 없고 정신병원이나 재활원에서 정신치료 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

조지아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 정신병원을 방문했을 때 오빠가 너무 무서워하면서 “나를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제발.  여기 있는 다른 정신병자들 좀 보세요. 나도 여기 계속 있으면 저 사람들처럼 될 거예요”라고 했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