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우울증을 치료하는 커다란 기둥의 하나가 약물 요법을 중심으로 하는 '두뇌를 낫게 하기'라면 '마음을 낫게 하는' 정신치료는 그 두 번째 주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약물치료가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는 분야이며 필수적인 치료법이기는 하나, 정신치료를 같이 수행하는 것이 약물만 복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낮아진 자존심, 심한 죄의식, 동기 결여,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만성적인 희망이 없는 느낌, 사회적 스트레스의 처리 미숙과 같은 증상들은 약물 요법보다는 정신치료로 더 잘 해결할 수가 있다. 또한 항우울 약물을 장기간 사용했는데도 완치되지 않거나, 심한 부작용 때문에 약물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 또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하여 심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정신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정신치료법이 소개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보다 짧은 기간 동안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인지 이론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세가지 독특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을 부정적인 견해로 바라보아 자신을 결점이 많고 부적절하며 연약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기며 평가절하한다. 

두 번째, 자신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세상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존재로 여겨, 항상 패배감과 박탈감에 휩싸여 살게 된다.
세 번째로 미래에 대하여 부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어, 현재의 어려움이나 고통이 무한히 계속될 것이고 곤경과 좌절이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며 항상 실패만 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렇게 삶에 대해 부정적으로 지각하여 생각, 감정, 활동 모두가 부정적이었던 환자로 하여금 새롭게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하며, 숨어있던 장점을 배양해 내어, 보다 생산적이고, 만족스럽고, 사랑이 가득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나는 나빠", "아무도 나를 이해 하지 못해", "인생은 공정치 못해", "나는 도저히 그것을 할 수 없어", "어떻게 감히 그들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나는 실패했어" 등의 부정적인 생각 속에 휩싸여 살게 된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알아내서 실질적인 견지로 현실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재조정하는 방식이 인지행동치료이다. 

전문적인 치료 외에 생활태도를 바꿔보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살아갈 방도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어두운 면만 크게 보고 긍정적인 생각은 싹이 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우울한 사람은 새까만 색안경을 쓴 채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다. 정신치료는 여기에 장미빛 색안경을 씌워주는 것은 아니라 그 색안경을 치워버리고 진실된 현실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아동기 때부터 문제가 되어온 과거 시점의 문제를 다루며 그 핵심 감정을 치유함으로써 보다 뿌리가 깊은 성격 상의 문제까지 치유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정신역동적 정신치료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전문적인 치료 이외에도 몇 가지 생활태도를 바꾸는 것도 우울증의 정신치료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대인은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넘치도록 많다. 사업, 교제, 종교적인 일 뿐만아니라 심지어는 운동,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등등, 이렇게 수많은 일을 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그런 일에 대해 기쁨과 만족을 느끼기는커녕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만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간 것은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자료를 제공하여 주신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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