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병원 강윤식 박사
자신의 손가락으로 변을 파내고 싶은 욕구를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환자분들의 하소연이지만, 얼마나 불편했으면 자신의 손가락으로 변을 파내게 될까 하는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하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내외분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셨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하루하루 지내시는 게 너무 큰 고통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세가 드신 아버님께도 항상 짜증을 내시고, 자식 내외도 심적으로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 내외 분은 저에게 상당히 호감을 가진 분들이라서, 혹시라도 그분들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할까 봐 부담이 되었다.
진찰을 해보니 직장벽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이런저런 질문을 드리고 검사를 해보니 직장벽성형술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기능을 향상시키는 성격의 수술은 그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술을 권해드릴 때 상당히 조심스러웠지만, 짐짓 자신 있는 목소리로 수술을 적극 권유해드렸다. 혹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실망하게 되실까 봐 부담되는 게 사실이었지만, 저는 기대를 가지고 온 그 분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성격이 녹녹하지 않으신 분 같아 보여서 은근히 걱정이 되긴 했다.
이런 분들을 수술하다 보면 직장이 많이 헐거워져 있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까지 직장의 용적을 줄여주는 직장벽성형수술을 시행했다. 3박4일의 입원 기간 동안에 회진을 돌면서 기대에 차 계신 어르신의 표정을 볼 때마다 전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퇴원을 하셨다. 며칠 뒤 진료를 하는데 진료대기자 명단에 그분 성함이 올라 있었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그분을 보니 얼굴이 전보다 밝았다. 속으로 안심이 되었다.
이것 저것 증상을 여쭤보니 확실히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더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를 해드린 후, 2주 후에 다시 뵙자고 말씀 드렸다. 또 2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분을 뵈었을 때는 전보다 더 표정이 밝아지셨다. 이젠 하루에 한 번 편하고 시원하게 변을 보신다며 좋아하셨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분은 성격이 녹녹하지 않은 분이 아니었다. 아주 부드럽고 교양 있는 따뜻한 분이셨다. 다만 변비 때문에 너무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을 뿐이었다.
* 강윤식 박사님의 진료노트 칼럼은 크리스찬저널과 기독의료상조회에 연재되며, 무단 복사 및 배포를 금합니다. 기쁨병원 바로가기 http://www.joyfullhosp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