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 간호사·영양사

흰 밀가루와 통밀도 백미와 현미의 관계와 같다

서양에서 통밀을 깎아서 흰 밀가루를 먹기 시작한 때와 한국에서 흰쌀을 먹기 시작한 때가 비슷하다. 옛날에 흰 밀가루는 화장품으로나 썼는데 점차 부드러운 빵을 더 좋아하면서 흰 밀가루 세상이 되었다. 통밀에서 내피(밀 껄질)와 밀눈을 깎아버리고 표백제를 넣어 색깔을 희게 하기 때문에 흰 밀가루에는 흰쌀에 없는 표백제까지 들어있다.

1930년대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흰 밀가루를 먹기 시작하면서 각기병 등 여러 가지 비타민 B 결핍증으로 인해 병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당시 정제과정에서 잃는 영양소들은 비타민 B1, B2, B3와 철분이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1942년 미국 정부에서 흰 밀가루에 비타민 Bl, B2, B3와 철분을 첨가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미국 식빵이나 밀가루 봉지에 ‘Enriched Bread’, ‘Enriched Flour’ 라고 써 있다. 한국말로 ‘강화된 빵’ 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신경에 아주 중요한 엽산도 첨가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한국 가게에서 파는 흰쌀 중에 비타민 B1, B2, B3, 엽산, 철분을 첨가한 ‘강화된 흰쌀(Enriched rice)’이 있다. 흰쌀을 살 때는 강화된 쌀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며, 강화된 쌀은 씻지 않고 밥을 해야 한다. 비타민 B군은 수용성 비타민이라 물에 녹으므로 씻으면 첨가된 영양소들을 다 잃으니 씻지 않고 밥을 해야 한다.

단백질은 밀 내부(흰 밀가루가 되는 곳)에 가장 많고, 비타민 B1은 밀눈에 64%로 가장 많으며, 비타민 B2, B3, B6, 판토텐산은 섬유질에 가장 많다. 통밀에는 엽산, 철분, 칼슘,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어 좋다.

통밀빵, 통곡빵을 먹는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사라는 “엄마, 오스트리아에 맛있는 통곡빵들이 얼마나 많은지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흰빵만 먹는데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흰빵은 없고 통곡빵뿐이라고 한다. 다행히 미국에도 건강 바람이 불어 통곡빵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통 빵 색깔이 밤색이면 무조건 통곡빵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가짜 통밀빵은 인공 색깔을 첨가해 색깔은 밤색이나 섬유질이 없어 빵이 부드럽다. 한국에는 100% 통밀빵이나 통곡빵이 드물다. 밀빵(wheat bread)은 100% 통밀빵(whole wheat bread)이 아니다. 100% 통곡빵은 섬유질이 그대로 있어 눌러보면 단단하고 무겁다. 미국에서는 포장지에 enriched flour(흰 밀가루)나 wheat flour(깎은 밀가루인데 표백만 안 된 것)라고 써 있으면 100% 통곡빵이 아니다. stone ground whole wheat flour(맷돌로 간 통밀가루)나 7 grain bread(칠곡)로 된 빵들이 통곡빵이다.

통곡빵을 사기 힘들면 현미잡곡밥이나 통곡국수, 통곡떡이나 통곡 미숫가루를 현명하게 대치해서 먹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같은 자연 음식을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단 이것들은 모두 탄수화물이므로 작은 것 하나만 간식으로 먹어야 한다. 감자는 혈당을 빨리 올리므로 약간의 버터나 달걀, 땅콩이나 견과류 등 단백질이나 지방을 같이 먹는 것이 혈당도 천천히 올라가고 단백질 공급에도 좋다. 고구마나 옥수수도 같은 식으로 먹는다.

유명 식품회사에서 일하던 생화학자가 통곡빵 회사를 창업

스티츠 씨(Paul Stitts)는 2년 전 시카고 나의 TV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이었다. 어려서부터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생화학 석사를 취득한 후 식품회사에서 일하다가 식품회사가 대중을 속이며 음식을 파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영양가 있고 방부제나 해로운 첨가물을 넣지 않은 식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회사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하는 그를 싫어하여 사직시켜버렸다.

그는 1976년 ‘내추럴 오븐스 베이커리 (Natural Ovens Bakery)’라는 통곡빵 회사를 위스콘신 주에 세웠다. 그 후 연구를 계속한 끝에 영양이 담뿍 들어 있고 맛도 있으며 혈당을 천천히 올려 저혈당이나 당뇨병에 좋은 빵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디에서나 우편으로 구할 수 있고, 여러 개를 구입하여 냉동했다 먹으면 좋다. 그는 특히 당뇨병 환자나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탄수화물 빵을 개발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보통 흰 식빵 한 조각에 탄수화물이 15g 들어 있는데 이곳의 통밀빵에는 8g 들어 있다. 특히 저탄수화물 빵에는 탄수화물이 3g 들어 있어 혈당 조절에 좋다. 또한 단백질이 높고 탄수화물이 적으며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어 저혈당이나 당뇨병 환자,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아주 좋다.

호주의 영양대학에서 그의 빵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흰 식빵의 당 지수가 70 정도인데 그의 통밀빵 당지수는 51이었다. 그 당시에는 저탄수화물 빵이 나오지 않은 때라 당지수 검사를 하지 못했는데 탄수화물이 3g밖에 들지 않았으니 당지수가 아주 낮을 것이다. 매년 같은 농장에서 곡식을 특별 주문하여 빵을 만들므로 통곡의 질이 우수하며, 통곡에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더 첨가하고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플랙스 씨(flax seed)를 식빵에 첨가하여 심장병에도 좋다.

매끼 고기나 생선, 두부와 약간의 기름을 먹어야 하는 이유 

“김치와 밥만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지는데 고기와 함께 먹으면 든든해요”라고 흔히 말한다.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오랫동안 배가 안 고픈데 기름진 음식 없이 밥과 채소만 먹으면 2~3시간 안에 배가 고프다. 그 이유는 밥과 고기의 소화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 탄수화물 : 밥, 국수, 식빵은 위에서 금방 내려가 2~3시간이면 위가 비고 배가 고프다. 탄수화물은 입에서 아밀라아제가 나와 소화가 조금 시작된 다음 위로 내려간 뒤 위산 때문에 아밀라아제의 소화가 끝나고 위에서 다른 탄수화물 소화제가 전혀 분비되지 않아 위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어 금방 작은창자로 내려가기 때문에 위가 금방 비면서 배가 고픈 것이다.
- 단백질과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은 위에 오래 머무른다. 그 이유는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는 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단백질 : 위에서 단백질 소화제(pepsin, renin)와 위산이 분비되어 소화가 어느 정도 된 다음 작은창자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오래 머물게 한다.
- 지방 : 위에서 지방 소화제(lipase)가 분비되어 지방을 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위에 오래 머무른다. 동시에 작은창자에서 소화시키려면 담낭에서는 담즙을 작은창자로 내보내도록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췌장에서는 지방 소화제가 작은창자 벽에서 분비하는 시간을 끌기 위해 음식을 위에 오래 머물게 한다.

지방과 단백질이 들어 있는 음식이 위에 들어온 후 십이지장으로 조금 내려가면 십이지장에서 지방과 단백질 음식을 알아보고 CCK(cholecystokinin)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위의 유문 괄약근을 꽉 조여 음식이 내려가지 못하고 오래 머물면서 단백질과 지방 소화가 시작된다.

< 계   속 >